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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사히야마 동물원에서 배우는 창조적 디자인 경영

이병욱

국일미디어(국일출판사) 2008.0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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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송 연구원(삼성경제연구소)

아사히야마 동물원의 성공에는 디자인도 한 몫했다!

처음 책을 접한 사람이라면 일본의 아사히야마 동물원과 디자인 경영이 도대체 어떻게 연관되는지 의아해 할 수 있다. 경영혁신 혹은 창조경영의 사례로 자주 언급되고 있는 성공스토리를 디자인 경영 관점에서 분석한 이유는 무엇일까? 저자는 폐원위기에 있던 시골의 동물원이 일본 내 최고의 동물원이 되는 과정을 설명하면서 성공의 배경에는 창조적 디자인 경영이 있었다고 해석한다. 그리고 디자인 경영 모델에 근거해 기업의 이념과 철학에서부터 조직문화, 시스템까지 동물원의 모든 경영활동에서 디자인 경영의 요소를 찾아 구체적으로 풀어낸다. 하지만 단순히 패션, 자동차, IT제품과 같은 소비재의 겉모습을 아름답게 하는 역할로 디자인을 생각하고 있는 독자라면 다소 혼란스러울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독자를 위해 저자는 프로세스와 경영활동 측면에서 바라보는 디자인의 개념을 설명함으로써 혼란스러움을 해소시켜준다.

디자인에 대한 내용이지만 본서의 저자는 특이하게도 디자이너 출신이 아닌 경제인이다. 현재 전경련 산업본부장으로 재직 중인 저자는 과거 전경련기업구조조정센터 소장으로 지내면서 5대 그룹 사업구조조정을 총괄한 경력이 있으며, 각종 경영정책을 제안하고 수립하는 업무를 수행해왔다. 경제와 정책분야 뿐 아니라 전경련 산업디자인특별위원회 간사, 한국산업디자이너 협회 이사, 문화관광부 한류정책자원위원회 위원 등 디자인과 문화, 관광분야에서도 활발한 활동을 벌이고 있다. 특히, 경제인으로써 디자인에 대한 중요성을 인식하고 국가 차원의 디자인 산업 육성을 위해 노력하고 있기도 하다. 경제와 정책, 디자인 그리고 문화 영역에서 다양한 활동을 했던 경험을 바탕으로 저자는 본서에서 아사히야마 동물원 이외에도 풍부한 사례를 들어 디자인 경영을 설명하고 있다.

아사히야마 동물원은 일본 북쪽에 위치한 섬 훗카이도의 35만명의 소규모 도시 아사히카와시에 있다. 1967년 개원한 동물원은 약 30년 후인 1995년 시의회에서 폐원이 논의되고 1996년에는 연간 관람객 수가 역대 최저 수준인 26만명에 그치며 개원 이래 최악의 위기에 직면하게 된다. 그러나 1995년 새로 취임한 고스케 마사오 원장이 혁신을 단행한 후 2004년 일본 최고의 동물원으로 꼽히는 인구 1,200만의 동경에 위치한 우에노 동물원의 관람객 수를 추월하게 된다. 경영학에서는 새로운 사업을 가장 먼저 시작한 기업이 시장을 지배하게 된다는 선도자의 법칙이라는 것이 있다. 치열한 경쟁 환경에서 선도 기업을 이기는 것을 떠나 추격하는 것조차 쉽지 않은 것인 현실이다. 그런데 두 번째도 아닌 가장 열악한 환경에 있던 동물원이 최고의 동물원을 앞지르게 된 것이다. 일본의 95개 동물원 중 가장 추운 지역에 위치해 있으며, 1996년 당시 우에노 동물원의 10분에 1의 규모에 불과했던 아사히야마 동물원의 성공비결은 무엇일까? 저자는 창조적 디자인 경영으로 새로운 경험 가치를 창출한 것에 있다고 분석한다.

1. 기업의 이념과 리더십


성공한 기업에는 항상 강력한 리더십으로 혁신을 주도한 최고경영자가 있다. 특히, 디자인 선진기업은 최고 경영자가 디자인 책임자 역할을 할 정도로 디자인에 대한 안목이 높다. 아사히야마 동물원 역시 고스케 마사오 원장이 있었다. 수의사로 입사한 후 사육계장을 거쳐 원장이 된 고스케 마사오는 동물에 대한 이해가 높을 뿐 아니라 직접 프로그램을 기획할 정도로 동물원 디자인에 대한 안목도 가지고 있었다. 개장시간을 밤 9시로 연장해 야생동물의 모습을 관람객에게 보여주는 ‘밤의 동물원’은 바로 원장 스스로 기획한 작품이었다.


어렸을 때 하교 후 항상 동물원을 찾고 직접 많은 동물을 기를 정도로 동물에 대한 애착이 강했던 고스케 마사오는 차별화된 동물원의 이념을 제시했다. 기존 전시방법은 전시를 위한 사육의 개념이라고 비판하고, 동물원은 동물의 입장에서 동물이 가지고 있는 특성과 습성, 능력을 사람들에게 자연스럽게 전달하여 생명의 위대함과 소중함을 느끼게 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원장의 철학은 아사히야마 동물원의 창조적 디자인 경영의 출발점이 되었다.

2. 학습조직과 아이디어의 시각화


저자가 아사히야마 동물원을 창조적 디자인 경영의 사례로 생각한 핵심사항은 바로 학습조직과 아이디어의 시각화다. 사육사들은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토론으로 끝내지 않고 스케치로 표현했는데 이는 디자이너의 작업방식과 다를 것이 없었다. 또한, 숫자나 논리가 아닌 경험과 관찰에 근거한 아이디어 도출 방식 역시 디자이너의 발상법과 유사했다. 사육사들은 아사히야마 동물원의 디자이너였으며, 학습회는 디자인 조직이었던 것이다. 사육사의 끈질긴 노력과 30년간 지속해온 학습회는 아사히야마 동물원이 위기를 극복하는데 단초를 제공했다. 1975년부터 시작된 아사히야마 학습회는 자발적 모임으로 매월 개최되어 선배 사육사는 후배들이게 노하우를 전수한다. 현장의 살아있는 지식이 후배에게 전달되고 서로 다른 동물을 관리하는 사육사 간에 지식을 공유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한 것이다. 성공한 경험보다 실패한 경험에 더 많은 관심을 보였으며, 함께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과정에서 창조적인 아이디어가 발산되었다. 사육사들의 구체적으로 시각화된 아이디어는 동물원의 시설과 프로그램을 성공적으로 개선하는데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아이디어의 시각화는 디자인이 다른 분야와 가장 크게 차별화되는 부분이다. 막연한 발상을 구체적으로 표현함으로써 현실적으로 구현이 가능한지 타당한 시설인지 신속한 피드백이 이루어질 수 있다. 말로 서로의 의견을 교환하는 것은 보존에 제약이 따르며, 글로 표현된 아이디어는 표현에 한계가 있을 뿐 아니라 글을 보고 다시 이해하는 과정을 거쳐야한다. 그러나 그림은 표현에 제약이 없고 굳이 부가적인 설명을 하지 않더라도 구체적인 모습을 떠올릴 수 있으며 장기간 보존된다는 장점이 있다.

이러한 학습조직이 지속적으로 유지될 수 있었던 배경으로 저자는 사육사들의 열정과 ‘누까도꼬’로 설명되는 일본의 전통이 반영된 아사히야마만의 독특한 조직 문화가 있었다고 말한다. ‘누까도꼬’란 우리네 항아리에 담긴 김치처럼 일본가정의 소금 절임도 맛이 각기 다르다는 것에서 유래한 말로 끊임없이 변화와 혁신을 추구하는 전통을 의미한다. 동물원의 개선을 위해 30년간 학습회를 운영한 사육사들의 열정은 정규직 14명과 임시직 10명 총 24명의 소수인력으로 일본 최고의 동물원으로 거듭나게 되는 원천이었다. 고스케 마사오 원장은 ‘지난 20~30년간 애정을 가지고 동물을 관찰하고 연구한 사육사들의 헌신적 노력 덕분에 창조적 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었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3. 동물원의 차별화, 행동전시 디자인


본서에서는 동물을 관람객에서 보여주는 데는 크게 3가지 방식이 있다고 한다. 동물을 분류학적으로 구분하여 비교 전시하는 ‘분류학적 전시’가 첫 번째 방법이고, 동물의 서식지를 기준으로 동일 지역에 야생하는 동물을 동일한 공간에 넣어두는 ‘지리 학문적 전시’가 두 번째 방법이다. 마지막은 최근 선진국에서 새로운 전시형태로 주목받고 있는 ‘생태적 전시’ 방법인데 동물이 살고 있던 서식지를 그대로 재현하는 전시형태이다.

① 그러나 아사히야마 동물원은 이와 다른 행동전시 디자인을 통해 차별화에 성공할 수 있었다. 어렸을 적 학교에서 단체로 관람한 동물원을 떠올려 보자. 철창으로 단단히 무장된 버스 안에서 동물원을 돌아다니는 사파리 형태의 방식이 도입된 동물원도 있지만 보통 콘크리트 바닥에 차가운 철창 안에 갇혀 사람들을 물끄러미 바라보는 동물의 모습이 그려질 것이다. 혹자는 물속과 물 위를 넘나드는 화려한 돌고래 쇼나 사람처럼 행동하는 원숭이, 뜨겁게 치솟는 불길을 통과하는 호랑이를 보여주는 서커스와 같은 동물원의 이벤트를 기억하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지금도 대부분의 동물원에서는 이러한 전시 형태를 유지하고 있다. 고스케 마사오 원장이 지적한 것처럼 동물의 본능적인 특성은 배제된 채 전시를 위해 사육되고 있는 것이다. 볼거리 즐길 거리가 부족하고 정보를 얻을 수 있는 기회가 적었던 과거에는 처음 보는 호랑이나 기린, 원숭이가 마냥 신기할 수 있겠지만, 지금처럼 넘쳐나는 미디어 속에서는 이제 어떤 동물이 어떻게 생겼는지 모르는 사람들을 찾는 것조차 힘든 세상이다.

그러나 아사히야마 동물원은 어떤 동물이 어떻게 생겼는지를 단순히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누구나 아는 동물이 어떻게 생활하는지를 보여줌으로써 관람객에게 새로운 경험 가치를 제공하였다. 동물의 능력과 본질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동물원을 감동을 공유하는 생명체험장으로 탈바꿈시켜 감성적 에너지를 전달하는 새로운 콘셉트를 창조한 것이다. 행동전시는 동물의 입장에서 생각하고 동물의 특징을 보여주자는 아사히야마 동물원의 이념과도 일치하는 전시 형태다. 높은 곳에서 휴식을 즐기는 맹수를 위해 우리를 공중에 떠 있는 모습으로 설계하고, 대부분을 나무 위에서 생활하는 오랑우탄을 위해 높은 기둥을 로프로 연결한 공중 방사장을 디자인했다. 또한, 사람들 보다 높은 장소에서 지낼 수 있게 디자인해서 스트레스를 줄인 원숭이 산 역시 행동전시의 특징이 잘 나타나 있다. 동물들이 가장 특징적인 능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환경을 디자인하는 사육사들의 행동은 소비재를 생산하는 기업에서도 주의 깊게 바라볼 필요가 있다. 기업에서 제품이나 서비스를 디자인 때 소재나 제품의 기본 특성을 연구하는 것이 차별화의 출발점인 것이다.

② 행동전시와 함께 타 동물원과 또 다른 차별화 요소는 관람객과 동물의 거리를 최소화 한 전시 디자인이다. 투명한 수직 아크릴 원통의 바다표범 전시관은 관람객이 360도에서 바다표범을 관찰할 수 있게 했으며, 북극곰 우리에는 중앙에 반구형태의 투명한 유리를 설치해 눈 앞 가까운 거리에서 북극곰을 지켜 볼 수 있도록 조성했다. 특히, 2006년 설치된 ‘침팬지의 숲’은 동물의 특성을 고려해 새로운 동물원 관람형태를 선보여 주목받고 있다. 사람들이 지나가는 통로에 투명 아크릴 터널을 설치해서 호기심이 왕성한 침팬지가 지나다니는 사람을 볼 수 있게 한 것이다. 침팬지의 습성을 이용해 사람이 동물을 보는 것이 아니라 동물이 사람을 보는 새로운 개념의 전시관이었다.


저자는 동물원 게시판을 들어 세심한 부분도 놓치지 않는 사육사들의 노력도 지적한다. 간단한 안내와 위치 설명한 기존의 동물원과 달리 아사히야마 동물원의 사육사는 직접 손으로 쓴 친근한 게시판을 선보였다. 내용도 ‘새로운 식구가 왔다’, ‘새끼가 태어났다’는 식의 사소한 소식에서부터 ‘바다표범은 몇 분 동안 숨을 멈출 수 있을 까요?’처럼 호기심을 자극하는 질문을 담고 있다. 이러한 변화의 노력으로 게시판을 읽는 사람이 7배나 증가했다. 이러한 사육사들의 게시판에 대한 아이디어는 상호작용을 우선시해야 하는 커뮤니케이션 디자인의 기본원리와도 일맥상통한다.

시대의 화두로 주목받는 디자인


2006년 전 세계의 정.재계 지도자 모임 다보스 포럼과 세계가전 전시회 CES에서 디자인은 혁신의 키워드로 다뤄질 정도로 디자인은 시대의 화두가 되고 있다. 하버드 경영대학원 명예교수 로버트 헤이즈는 가격과 품질을 넘어 기업의 새로운 경쟁력 원천으로 디자인을 지목하기도 했다. 저자는 이러한 시대의 흐름을 파악하고 경영혁신의 성공사례로 평가받는 아사히야마 동물원을 디자인 경영의 관점에서 새롭게 조명하고 있다. 다만 성공 스토리, 디자인의 중요성, 아사히야마의 디자인 경영, 한국의 디자인을 위한 정책적 제언의 구성은 흐름이 자연스럽지 못하고 다소 산만한 느낌도 든다. 중간 부분에 등장하는 주요 디자인 경영 성공사례와 디자인 정책 제언 역시 디자인의 중요성을 널리 알리고 싶은 저자의 욕심이 지나치지 않았나 싶다. 저자가 정의하는 디자인 경영의 개념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독자를 위한 설명이 미흡한 점도 아쉬움으로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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